|詩| 관련업소

서 량 2022. 5. 1. 20:01

 

사랑은 치명적인 축복이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빛, 처절한

빛, 원초적인 빛, 말의 매직, 불투명한

말투, 엔진이 쉭 소리를 낸다

관련업소 가는 골목길에 떨어지는 빗방울

후드를 쓴 사람이 무어라 속삭인다

반짝이는 구슬, 수없이 부딪치며 떨어지는 구슬

문이 달칵 닫힌다

 

미안합니다 지금이 처음입니다*

본능의 저주가 영원히 달콤해요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지진이 일어난다 땅이 커다랗게 갈라져요

잿빛이 먹빛으로 오버랩 되는 지금 중

시퍼런 청춘을 매장하는 삽질

당신이 첫 삽을 뜨기 전, 첫 삽도 뜨기 전에

먼 동이 트인다 먹먹한 외침, 짧게

들이쉬는 숨 소리, 생존자의 호흡이 떨린다

빛이 빛을 열렬히 약탈한다

 

*이민진 원작 애플 드라마 <파친코> 마지막 회,

 주인공 선자가 시장에서 김치를 처음 팔며 하는 말

** 창세기 9장 1절에서

 

시작 노트:
이민진의 <파칭코>에 푹 빠졌다. 드라마 8편을 다 봤다. 몇 부분은 되풀이해서 봤다. 일본말, 영어, 경상도 토박이 한국말이 뒤범벅이 되고 먼 과거, 가까운 과거, 그리고 현재가 쑥밭이 된다. 꿈의 구성처럼 많은 등장인물들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저자 이민진의 강연도 유튜브로 숱하게 봤다. 급하게 책을 구입해서 어제부터 읽는 중 지금. 돌풍처럼 몰아치는 동물뇌의 감각보다 모르는 단어를 차근차근 찾아가며 차분하게 집중할 수 있는 책이 더 뜨겁고 절실하게 내 의식의 흐름을 지배한다.

 

© 서 량 202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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