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땅에 떨어질 때
무슨 소리가 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쿵 하는 타박상 이상의 충격이거나
들릴락 말락 하는 손목시계의
실고추 같은 빨간 초침이
재깍재깍 돌아가는 소리랄지
혹은 근사한 포도주 잔이
쨍그랑 깨지는 경악인지도 몰라
그것은 나무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신음하면서
의식이 돌아오는 4월 찬바람 속
스산한 기쁨일 수도 있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나
목련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를
고개를 심하게 갸우뚱하지 않고도
제대로 잡아내는 경지에 들어갈 것인지
지금으로서도 자못 궁금한 심정이다
© 서 량 2002.04.16
-- 두 번째 시집 <브롱스 파크웨이의 운동화> 수록 (2003)
시작 노트:
20년 전에 쓴 시에 대하여 동정심을 품는다. 시를 일말의 소회, 수상, 스쳐가는 느낌의 직설적 표현 같은 것으로 치부하던 시절이었다. 그 상투적인 재래식 격식에서 지금은 많이 벗어났다. 시는 감성의 동기의식에 사로잡힌 노예가 아니다. 시가 꿈의 진행처럼 그냥 마냥 흘러가는 의식의 흐름을 포착하는 언어의 유희라는 생각이 내게는 매우 유력하다. 어쨌든 그때 목련이 떨어지는 아주 큰 소리를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202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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