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소매, 젖은 뺨으로
김종란
높은 산에 오르면 잠시 구름 안에
머문다 젖은 소매, 젖은 뺨으로
영혼의 밀도가 달라졌을 때 보는 신기루
바다 위나 사막에서 만나는 신기루
컵 안에 잠시 든 신기루, 눈물 범벅이 된 눈,
금싸라기 별들, 유리컵의 차가움과 뜨거움,
유리컵 안의 돈키호테와 산초,
초승달 코 끝 찡한 밤 공기를 타고
예쁜 판화 소책자로 만난 작은 사람들,
돈키호테와 산초를 사랑한다
돈키호테와 산초로 자라면서 만나는 신기루
늠름한 산초와 돈키호테, 늠름한 풍차
신기루에 잠시 머물며 미소를 증여 받는다
꿈과 풍차를 넘나드는
빛의 춤사위 신기루에서 신기루로
아스라한 절벽에서 절벽으로
© 김종란 20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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