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아령과 비둘기

서 량 2021. 11. 23. 18:19

 

현미경 망원경 다 소용 없다 아령을 스승으로 삼기로 했어 아령이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고 꿈에 나왔지 나는 응당 그와 관계를 형성한다 흉허물 없이 다 터놓고 지내는 관계 함부로 난잡한 말을 주고 받아도 괜찮은 그런

 

아령의 흉터에 심하게 신경을 쓴다

아령은 내게 막강한 권리를 부여한다

아령이 나를 서서히 장악한다

아령 양 가슴에 이윽고 튀어나오는 알통

회색 바탕에 무지개 빛 맴도는

사나운 비둘기 한 마리 푸드득 날아가는 순간에

 

바람결 아령 옆구리에 빨갛게 매달리는 딸기 하나 히말라야 정상에서 행하는 티베트 불교식 수행 잘라진 팔 얼굴 없는 남자의 토르소 아령은 초지일관이예요 입을 벙긋 벌린 생선 몇 마리가 슬금슬금 헤엄치는 하늘 속으로 당신이 서슴없이

 

 

© 서 량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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