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키보다 큰 괘종시계가 벽에 등을 대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종아리에 쥐가 나네 내분비학을 전공한 대학 후배 얼굴이 떠올랐어 근육이 뻣뻣해 밑도 끝도 없이 터지는 일,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 마음이에요 흐리멍덩한 메모리, *Tyger Tyger, 호랑이가 내 쪽으로 쓱 한 발 다가온다 줄무늬 줄줄이 물결치는 色相, 호랑이 몸이 일그러진다 무너지는 겨울 파도, 호랑이 얼굴이 괭괭 울린다 당신이 망가지고 있어 내 얼굴이 괭괭 울린다 두 발로 서면 몸집이 사람 키보다 큰 호랑이가 푹푹 깊은 숨을 몰아쉬는데 나를 유심히 쳐다보면서
*신비주의자, 선지자로 불리는 영국 시인 William Blake (1757~1827)의 대표작 “The Tyger”의 첫 구절.
시작 노트:
올해가 호랑이 해라는 걸 생각할 틈이 전혀 없이 지난 한 해를 보냈다. 얼마 전 윌리엄 블레이크의 'The Tyger'를 테마로 해서 이상한 시를 한편 썼는데 또다시 새해 벽두에 호랑이를 생각한다. 괘종시계가 괭, 괭, 보신각 종처럼 울리는 새벽에 입때껏 가만이 서있던 호랑이가 내 쪽으로 쓱 한발 다가오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 서 량 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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