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다
김정기
쓰러지진 않았다
결코 잡을 수 없는 시간의 뒷덜미를
낚아채고 일어섰다
비 내리는 정원에서
어린 날 장터에서
70년대 청와대 앞에서
우리 집 거실에서
넘어지다. 그냥
쓰나미로 덮쳐오는 나이에 밀리지 않으려
삭아가지 않으려 해도
태양은 떠오르지 않았다
달빛은 숨을 죽인다
젖은 바람도 비켜간다
산이 허물어지고 강물이 멈춰도
힘센 손에 들려서 다시 일어섰다
넘어져도 보이는 햇살
만져지는 바람결
멀어져 간
내 몸에게 사과한다
© 김정기 201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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