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부추꽃 / 김정기

서 량 2023. 1. 28. 18:52

 

부추

 

                        김정기

 

엷어진 햇살과

뒤꼍 돌 틈에서

흰빛으로 속삭이네

 

살붙이들의 조촐한 빛살로 다가와

세월이 키운 묵은 때도 벗고

눈 마주치면 이슬로 맺히는 

꽃이 아닌 꽃, 이름도 없는 꽃

 

부추 대궁에 나를 세우고 

앙상한 외로움을 숨기는 

오늘도 겨우

당신의 허공이 되는

호젓한 가을 날

 

© 김정기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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