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컬럼| 344. Tough Love

서 량 2019. 8. 26. 10:09

미국 현대시에 크게 공헌한 의사시인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William Carlos Williams, 1883~1963)의 시 'Love'를 음미한다의대를 갓 졸업한 27살 나이로 뉴저지 소도시에서 개업을 시작한 1910년에 쓴 그의 시 일부가 이렇다.

 

Love is twain, it is not single, / Gold and silver mixed in one, / Passion 'tis and pain which mingle / Glist'ring then for aye undone. // Pain it is not; wondering pity / Dies or e'er the pang is fled: / Passion 'tis not, foul and gritty, / Born one instant, instant dead.

 

-- 사랑은 두 갈래외길이 아니라오 / 금과 은이 하나로 섞여지듯 / 사랑은 열정과 아픔이 어우러져 / 영원히 알른거리며 끝나지 않는 것이라오 // 사랑은 아픔이 아니라오 불가사의한 연민이 / 시들거나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 사랑은 사납고 있는 그대로의 열정이 아니라오 / 한 순간 태어났다가 금방 시들어버리는. (필자 譯)

 

며칠 전 우연히 'Tough Love'라는 팝송을 들었다멜로디가 인상적이었고 가사가 심상치 않았다유튜브에서 그 노래를 다시 찾아 듣는다. 2019 5월에 발표됐다는데 이미 한국에서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을 해 놓았구나가사의 일부분을 소개한다.

 

 Give me tough love and a lesson to learn / Your tough love is what I deserve / Sweet tough love you are my pretty good luck charm

 

-- 날 거칠게 사랑해줘 그리고 가르쳐줘 / 내가 네 거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 달콤하고 거친 사랑 넌 내 예쁜 행운의 부적이야…

 

스웨덴의 디제이 겸 작곡가 아비치(Aviccii, 1989~2018)의 사후 발표곡이다그는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한국을 포함해서 전세계에 연주여행을 다니다가 2016년에 정신건강 문제로 은퇴를 선언했다그리고 2018 4월에 깨진 포도주병으로 자해를 해서 28살의 생애를 마감했다.

 

윌리엄스와 아비치의 사랑에 대한 시어(詩語)가 이렇게 다르다의사는 사랑이란 열정과 아픔이 어우러져 영원히 알른거리며 끝나지 않는 것이라 규정한다같은 나이 때 스웨덴의 디제이는 사랑에 대하여 다른 각도를 취한다그는 대뜸 사랑의 실천 방식을 제시한다.

 

아비치는 고린도전서가 교시하는 사랑에 전혀 관심이 없다“사랑은 오래 참고사랑은 온유하며…” 하는 부분을 깡그리 묵살한다온유한 사랑을 마다하다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tough’는 고대영어에서 질기고 강하다는 뜻이었다. 14세기에는 씹기에 힘이 든다는 의미가 두드러졌다전인도 유럽에서 tough’에 해당하는 말의 뜻은 ‘깨물다, bite’였다.

 

우리말로 ‘터프 러브’라 발음하면 싱겁기만 하다영어로 tough love’할 때는 두 번씩이나 윗니로 아랫입술을 깨무는 질감이 강하고 아프다사랑의 아픔을 논했던 윌리엄스 시대부터 100년이 흐른 후 아비치는 거칠게 사랑하는 난폭성을 노래한다어린 나이에 천재성을 만끽했던 그가 자신을 거칠게 사랑하는 최상의 방법으로 결국 자살을 택했다니.

 

© 서 량 2019.08.25 

--- 뉴욕 중앙일보 2019 8 28일 서량의 고정 칼럼 <잠망경>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