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 기울도록 46년 가까이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즐기기도 하고 한국 뉴스도 인터넷에서 자주 훑어본다.
며칠 전 우연히 한국인의 국가별 지능지수(I.Q., 아이큐)가 전 세계 1위라는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
그것은 뜬소문이 아니라, 영국의 심리학자 리차드 린(Richard Lynn, 1930~)의 치밀한 연구 논문의 결과라는 것을 인터넷에서 배웠다. 그는 근 50년에 걸쳐 인종별 지능지수 연구를 해온 고지식하고 직설적인 학자이기 때문에 정치적 비난도 곧잘 받는다.
그의 저서 “Race Differences in Intelligence, 인종간의 지능 차이”에 나오는 방대한 연구 내용에 의하면 평균 지능이 가장 높은 수치 107인 홍콩은 국가가 아니라서 106인 한국이 단연 세계 1위가 된다. 2위가 일본으로 105. 3위는 104를 획득한 대만. 독일이102를 땄고, 중국100. 미국은 98. 스마트하기로 소문난 이스라엘이 겨우 94.
이쯤 되면 모종의 경쟁심이 치솟는 것이 마치 무슨 국제 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 은메달 점수 총계라도 대하는 기분이다. 이 통계가 병적인 우월감이나 열등의식을 조장하면서 국가와 인종들 사이에 격한 감정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이 앞선다. 걱정도 팔자다.
1960년대에 ‘감성지수(Emotional Quotient, EQ)’이라는 말이 학계에 떠올랐다. 하버드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이 ‘EQ’에 대한 책을1995년에 내놓은 후 더욱 대중의 인기를 끌고있다. 아이큐가 딱딱하고 남성적인 분위기라면 이큐는 부드럽고 여성적인 면목이랄까. 전자가 객관적인 반면 후자에는 어쩔 수 없이 주관적 요소가 개입된다. 사람 머리도 음양론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감성지수는 자신과 상대의 감정을 파악해서 서로 걸맞게 어울리는 능력이다. 교과서적 이해 능력이 아닌 사회적 적응력이 골자를 이룬다. 그러니까 눈치 빠른 사람이 감성지수가 뛰어난 사람이라니까.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세일즈맨이나 나라 경제와 국가의 이익을 숙지하는 대통령이야말로 탁월한 감성지수의 소유자다. 가장 이상적인 인간은 아이큐와 이큐가 둘다 높은 경우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만약 세일즈맨이건 일국의 대통령이건 지능지수와 감성지수 수치가 둘 다 형편없이 낮다면 고객과 그 나라의 국민은 어떻게 될까?
‘IQ’는 독일의 심리학자 윌리엄 스턴(William Stern, 1871~1938)이 만들어 낸 독일어 단어를 그대로 영어로 옮긴 말. 그가 1914년에 내린 ‘intelligence’의 정의는 이렇다. --- 한 개인이 새로운 요구사항에 자신의 생각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능력, 즉 인생의 새로운 문제와 조건에 대한 일반적인 정신적 적응력. --- 그야말로 정신의학 냄새가 코 난간을 무너뜨리는 개념이다. 정신질환에 있어서, 아이큐가 높은 환자가 낮은 환자보다 치유와 예후(豫後)가 더 좋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intelligence’는 전인도유럽어로 '모으다, 수집하다’라는 말 앞에 ‘중간, 사이’를 뜻하는 ‘inter’가 붙은 단어다. (‘intermission’이 연극이나 영화의 중간 휴식 시간을 뜻하듯이.) 결국, 지능이란 삶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모으는 사이사이에 불쑥불쑥 떠오르는 지혜와 영감 같은 것이 아닐까?
한국인의 인생에 대한 적응력이 세계 1위라는 연구결과가 황송하고 기쁘다. 게다가 나는 조만간 반 백 년에 육박하는 이민생활 환경에서 숱한 수련과 수양을 쌓아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혹시 내 아이큐가 그 사이에 조금 올라간 건 아닐지.
© 서 량 2018.11.18
--- 뉴욕 중앙일보 2018년 11월 21일 서량의 고정 칼럼 <잠망경>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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