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장마 / 임의숙

서 량 2018. 7. 17. 05:59



장마 


                   임의숙


헐은 담장 밑으로 
날씨가 고인다

탄저병에 앓아 누운
시름이 고랑에 떨어진다

물을 주는 일도
약을 치는 일도
뚝 끊긴

예상이란 때론
빛 좋은 개살구 같아서
짓무르는 고추밭

수위를 넘나드는 장맛비에
힘없이 낡아가는 아버지의 한숨

강아지 나 몰라라
호박잎 들춰낸 공으로

애호박 멸치칼국수
콧물 눈물 쏙 빠지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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