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삶은 달걀 껍질 벗기기

서 량 2018. 10. 7. 06:36


나는 갈등의 알맹이를 찾는다 병아리 한 마리가 날개를 부르르 떠는 순간입니다 기나긴 염색체의 행렬이 고개를 숙이고 입을 꾹 담은 채 황야를 걸어가는 모습이기도 해요 당신의 개인정보가 여지없이 드러나는군 누군가 갈등이 없는 삶은 시시한 삶이라고 힘차게 말한다

 

끓는 물을 벗어난 달걀을 손바닥에 얹고서 나는 잠시 주춤합니다 이건 조그만 새끼악어가 내 피부를 살금살금 기어가는 감각이기도 해 저는요 정말이지 진화론 같은 건 우리가 살아가는데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봐요 갑각류의 껍질이 견고하다 내가 무슨 생각인가를 하는 동안 갈등은 홀연히 사라지고 부글대는 염색체, 숱한 핵단백질들의 행렬이 쩍쩍 갈라진다

 

© 서 량 201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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