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옥
김정기
물속을 걷는다
집안에서도 어디를 가도 물
컴퓨터 앞에 앉아도 물이다
헤엄도 못 치면서 물에서 살다니
걷어내야 할 거품도 껴안고
헐벗은 말들만 뛰노는 광장에서
하루해를 적신다
허둥지둥 달려온 길만 햇볕을 쬐고
아득한 것들만 모여 사는 동네에
아직도 낯설기만 한 물감옥의 주소를 쓴다
어디 까지가 물길이고 바람 길인지
분간 못하는 지점에 와 있구나
물결이 바람이 되어 밀어 닥쳐도
여기는 따뜻하고 온화하다
어둠의 척도도 잴 수 없는 물 속
그래도 당신은 여기까지 따라와
내 등에 물기를 닦아주고 있다
언제까지 물 안에서
대답하지 못하는 세월의 등마루에서
조금씩 잠들어가고 있는 의식세계에
연두 풀잎 한 잎 눈앞에 자란다
© 김정기 201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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