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의 잠
김정기
냇가에 앉아 있으려고 집을 나섰다
닳지 않는 펜을 집어 들고 흐르는 물에 헹구고 있었다
잠들기 전에 하늘을 퍼다 바위 위에 깔아 놓는다
카이로스는 언제나 하늘 위에 누어 선잠을 잔다
내 몸의 소리가 들릴 때 그는 깜짝 놀라 깨곤 한다
눈이 마주치면 미소 짓고 아니면 돌아눕는다
새벽 녘 내가 하늘을 거두어 올리면
그가 새가 되는 것이 눈에 들어와 하늘을 본다
하늘은 흐리고 새는 빛이 된다.
발 밑 냇물은 맑고 펜은 닳고 닳아 떠오른다
*옆집 개 이름
© 김정기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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