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벚꽃나무 숲
김정기
바람 소리는 푸른 산울림이 되고
추위에 멱살을 잡히던 숲은
그루터기까지 떨고 있었는데
깊이 흔들리며 지나온 날들의 햇살
그 눈부신 설렘을 안고
내 안에 한 그루 자라던 산벚꽃나무
어린 태를 벗으며 달라지기 시작하여
숲에 가도 끼지 못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대만 보면 눈물짓던 버릇도 버리고
그 숲에 발을 딛고 좁혀온 간격 있는 언어
아직도 그 이름만으로도 눈이 떠지는 자리
가지는 가지대로 엮인 자태에 매혹되어서
사철 봄 냄새로 가득 채웠다
우리는 휘청거리지 않았지
혼자라도 향기로웠지
어두워도 빛이 보였지
닿기만 하면 불이 켜지던 청춘을 거머쥐고
먼 길을 왔다
남은 시간도 꽃잎에 이슬로 태어나려고
한 점의 얼룩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한 분홍이 되기 위해
여기까지 초록의 부축을 받으며
© 김정기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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