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꽃
황재광
I
사월의 마지막 날 꽃이 진다
꽃다운 나이에 죽어간다
한 겹 두 겹
감미롭게 씁쓸하게
꽃다움에 물들어 꽃들이 껍질(알맹이도 몸통도 없는 것이) 을 벗는다
비명을 지르지 않는 이 수상한 죽음
4월의 연출이 아니다
껍질과 꽃잎 / 알맹이와 쭉정이
오랜 이분법을 꽃이 해채한다
알맹이만 남기고 티끌은 불태우라는 시온의 신탁
사월이 거역한다
II
눈물 손톱 눈꼽 비듬 가래
이건 내가 아니야 아무리 우기며 통곡해도
나일 수밖에 없는 비천한 나의 일부※
너 자신을 알라
꽃이 소크라테스를 표절한다
감미롭고 씁쓸한 꽃다운 휘날레로
4월의 꽃이
사람의 껍질을 벗기려한다
기를 죽이려한다
2연의 당구장 표시: 쥴리 크리스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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