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김정기
그날 산에 가서 산삼 잎을
눈여겨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빛나던 날은 지나가고 산도 헐벗은 계절이 왔다
통증으로 신음하는 늙은 산에 갔지만 오를 수 없는 높이다
내 입술에 말이 멈추고 수족에 힘이 빠졌지만
보이지 않는 꿈은 사다리를 타고 끝없이 올라
그런 기운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제 눈에 보인다
삼 잎이 가득차서 발 디딜 틈이 없다
몸에서 놓여난 넓은 허공에서 뿌리를 캐서 씹는다
하염없이 무거운 삼 기운은 다시 세상으로 내려오게 되고
면역력은 지구라도 삼킬 듯이 올라가서
잠들어도 깨어 있게 되었다
© 김정기 2017.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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