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산삼 / 김정기

서 량 2023. 1. 23. 22:04

 

산삼

     

                                 김정기

 

그날 산에 가서 산삼 잎을

눈여겨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빛나던 날은 지나가고 산도 헐벗은 계절이 왔다

통증으로 신음하는 늙은 산에 갔지만 오를 수 없는 높이다

내 입술에 말이 멈추고 수족에 힘이 빠졌지만

보이지 않는 꿈은 사다리를 타고 끝없이 올라

그런 기운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제 눈에 보인다

삼 잎이 가득차서 발 디딜 틈이 없다

몸에서 놓여난 넓은 허공에서 뿌리를 캐서 씹는다

하염없이 무거운 삼 기운은 다시 세상으로 내려오게 되고

면역력은 지구라도 삼킬 듯이 올라가서

잠들어도 깨어 있게 되었다

 

© 김정기 2017.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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