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연가
임의숙
당신과 나, 찬물과 뜨거운 물로 만나
살아가야 하는 집은 수도꼭지 입니다
서로 다른 습성과 버릇 때문에
비좁고 가깝하고 숨통이 조여들어도
우리 감정을 나누며 적당한
온도로 흘러가야 할 시간 입니다
어느 날은 배수구 틈새에 살이 베이고
어느 달은 수문에 갇혀 주름이 패이고
어느 해는 들판에 가뭄으로 헤메다가
어느 순간, 불길에 뛰어들어 검게
그을린 화상을 입더라도 우리
냉대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한 잔의 따스한 물로
울화에 목마른 사람들에게는 한 잔의 시원한 물로
그들을 외면하지 말아요
가다가, 가다가 어느 갈림길에
들어설 때도 있겠지요 그 때
분수대에 물꽃으로 피워올라 아이의
푸르름에 박힌 더위를 떼어주던 일
개울가 낙엽으로 떠돌던 노인의
삭정이 발의 노고를 씻어주던 일을
뭉쳐지고 발에 차이던 한 겨울 누군가의
마음 속에 눈사람으로 남아있는
순례의 시간들을 기억해요
당신과 나, 찬물과 뜨거운 물로 만나
함께 흘러가야 하는 일생의 종착지는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나에게 입니다.
*두현이의 결혼 축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