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슬픔
윤지영
길이 끊어졌다 멀리 환하게 보이던 길이 끊어졌다
허공으로 날아간 말들은 어느 하늘밑에서 휘청대고
막다른 길에서 우리는
서로의 입 안 가득 돋은 푸른 멍들을 바라보고 있다
밤새 다듬어 고친 얼굴 새벽강물에 던지고
무향으로 가슴까지 차오르는 코코넛 모카향 모닝커피
구멍 숭숭한 거품은 구름처럼 떠오르다 가라앉는다
툭 툭 끊어지며 달아나는 오후 햇살
그 한자락을 잡아 너에게 묻고싶다
우리가 어디쯤에서 베인건지
어금니 깨물고 바라보아도 자꾸만 무너지는 저녁하늘
모든 불빛이 떠난 자리에서 나는 나와 결별한다
뒤돌아 볼 수 없는 곳까지 뛰어 그곳에서 나는
아직은 제 몸에 이끼가 끼지않은
맑은 슬픔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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