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맑은 슬픔 / 윤지영

서 량 2017. 10. 16. 23:40


맑은 슬픔


                     윤지영



길이 끊어졌다 멀리 환하게 보이던 길이 끊어졌다

허공으로 날아간 말들은 어느 하늘밑에서 휘청대고

막다른 길에서 우리는

서로의 입 안 가득 돋은 푸른 멍들을 바라보고 있다


밤새 다듬어 고친 얼굴 새벽강물에 던지고

무향으로 가슴까지 차오르는 코코넛 모카향 모닝커피

구멍 숭숭한 거품은 구름처럼 떠오르다 가라앉는다

툭 툭 끊어지며 달아나는 오후 햇살

그 한자락을 잡아 너에게 묻고싶다

우리가 어디쯤에서 베인건지


어금니 깨물고 바라보아도 자꾸만 무너지는 저녁하늘

모든 불빛이 떠난 자리에서 나는 나와 결별한다

뒤돌아 볼 수 없는 곳까지 뛰어 그곳에서 나는

아직은 제 몸에 이끼가 끼지않은

맑은 슬픔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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