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수건 논란*

서 량 2015. 4. 12. 19:48


수건은 발이 두 개인데다가 스스로의 자유의사 또한 있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순 제 마음 내키는 대로 왔다 갔다 한다 수건은 변덕을 잘 부린다 수건의 DNA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일으킬수록 수건의 변덕이 미치고 환장하게 심해진다 그런 수건의 성향에 대하여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아는 대학교수들은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

 

자신과 남의 존재감에 늘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미래파 시인들이 수건에 날개가 달렸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갑남을녀들은 수건의 큼지막한 날개를 전혀 보지 못한다

 

수건은 올의 굵기와 살갗에 닿는 질감도 질감이지만 크기도 문제가 된다. UN의 수건보장이사회는 한국의 좌파 우파처럼 사사건건 서로 으르렁대는 두 파로 갈라진다 수건은 모름지기 크기가 사람 얼굴 정도라야 된다는 이념을 신봉하는 소건(小巾)파가 있고 비치타월처럼 성인의 몸통을 아낌없이 가릴 만큼 커다란 수건만을 정통파 수건이라고 우기는 대건(大巾)파가 있다

 

소건파와 대건파는 상대 파가 너무 쉽사리 호락호락 수그러들면 본인들의 치열한 존재가치가 절감되는 좌절감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수건의 존재이유도 문제가 된다 수건이 인류의 피부관리에 끼치는 지대한 공헌 때문에 수건을 의료 기구로 간주하자는 여론이 있는가 하면 A4 용지 정도 크기의 수건이 남녀 섹스의 뒤끝을 마무리해주는 점에 착안점을 두고 수건의 깊은 의미, 소위 시니피에를 연구하는 시인들의 카페가 유행한다

 

평소에 말을 길게 하기를 꺼리는 사람들끼리 그런 카페를 수건과 시니피에와 카페의 첫 글자를 따서 수시카라 지칭한다 모든 시인들은 죄다 미래파에 속한다는 학설을 따르는 인텔리들이 수시카를 곧잘 제시카로 혼동한다 몇몇 이름 없는 글쟁이들이 한 동안 뜸하다가 어느 밤 갑자기 잠꼬대를 할 때 수시카! 수시카! 하며 잠꼬대를 하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 서 량 201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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