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색소폰과 클라리넷**

서 량 2014. 10. 27. 11:11


청명한 가을날 나비잠자리 한 마리 꽃밭을 들어선다 나비잠자리 날개에 무지개가 묻어있네 나비잠자리는 한 마리에서 그친다 꽃밭에 꽃이 너무 많아 수를 세기가 힘이 들어요 나비잠자리는 어느새 커다란 잎새에 사뿐 내려앉아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솔솔바람에 몸을 맡긴다 마음껏


알토 음역이 나를 흔든다 당신은 진작에

오감(五感) 중 청각이 으뜸이라는

예감이 있었던 거야 뚜렷하게

 

색소폰과 클라리넷이 속삭이며 대화를

나눈다 나는 엿듣는다 솔솔바람 속

서늘한 사연을

 

I love you

I love you too


은연중 클라리넷에 비브라토가 들어가네 색소폰은 순 제 멋대로야 둘은 같은 음정으로 동시에 노래하지 않습니다 번갈아 가면서 우리 둘이 주제와 변주곡을 연주하는 거에요 화음을 넣다가 말고 꽃밭이 가을을 힘껏 껴안는다 갈갈이 흩어지는 색소폰 소리 쉬잖고 흐느끼는 솔솔바람 속

 

 

© 서 량 201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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