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색소폰 길들이기**

서 량 2014. 9. 22. 19:31

 

전압조정기 불량품을 돌려 주려고 전자상회 앞에 차를 세울 즈음 라디오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 1악장이 흘러나온다 쇼스타코비치는 '' 하는 음절에 악센트가 콱 들어간다 이 곡은 그가 19살에 작곡한 곡 나는 19살 때 무엇을 했나 고전형식에 막 대들면서 무조(無調)의 멜로디를 추구하는 음표들이 난해한 예술성으로 차 안에 쾅 갇힌다

 

당신 손등에 내 손가락을 스치듯

새뜻한 색소폰 음정을 가늠한다

입꼬리를 오므리자 졸지에 4분 음표 허리가 휘어지는 건

그건 그야말로 전격적인 충동이었어 나는 깜짝 놀라

음의 진폭을 얼른 추스른다

고음으로 올라갈수록 색소폰의

본성을 다스리지 못합니다 급기야 당신은

내 지배를 순순히 벗어난다

 

전압조정기를 인터넷에서 주문해야겠다며 집에 오는 내 앞으로 기아 자동차 한 대가 끼어든다 영어로 기아는 '키아'라 해요 코리아도 그렇지만 케이(K)가 들어가는 단어는 아무래도 이미지가 너무 강합니다 라디오에서 아직도 ''에 악센트가 힘차게 들어가는 쇼스타코비치 1번 교향곡이 흘러나오는 중 나는 19살 때 담배를 열심히 피웠고 문예반 시화전에 꼭 참가했고 고전형식을 무서워한 것이 다다 쇼스타코비치 1번 교향곡을 차고 앞에 차를 세우고 끝까지 듣는다 층계를 올라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테너 색소폰이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모습이 쓱 눈에 띈다

 

© 서 량 201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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