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에게 - 어느 봄날
임의숙
젖은 기침을 털어내고
바람은 온기가 돌더라
부모님 기일이라는 말 때문에
며칠을 흔들리던
나무에는
손금이 자라더라
햇볕이 지나는 자리마다
새들은
부드럽게 애정금을 짓더라
빗방울이 스미는 마디마다
새들은
곧게 생명금을 짓더라
봄을 타고 오르시던
아버지의 두터운 손금은
연초록 논두렁의 에메랄드 빛이더라
가을을 타고 내려오시던
어머니의 마른 손금은
고추밭 가랭이 붉은 루비의 빛이더라
그랬더라
푸르른 잎들이 풍성한 여름인 줄 알았는데
그늘을 갖지 못했더라
새소리가 어느 가지에 걸렸는지
사십의 손금에 자라는
슬픔은 보석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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