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하루의 끝자락 / 윤영지

서 량 2014. 1. 19. 01:11


하루의 끝자락

 

 

                  윤영지

 

 

거울 속에 오늘이 보였다

 

막바지 치약을 끝부터 자근자근 눌러

빨간 치솔 위에 얹어놓고

얼룩졌던 하루를 하얀 거품으로 벗겨낸다

순하면 지들 맘대로 휘둘러도 되나

억울하고 생트집 잡히던 순간을 떨어낸다

몇 십 명이 함께 일하다보면 지 성질 관리 안되는

다혈질, 잊을만 하면 툭 건드려댄다

우걱우걱 넘치는 거품을 뱉어낸다

수돗물에 번져나는 소독약 냄새

연수기에 소금이 떨어졌나보다

그래, 하루를 소독해내자

한웅큼 물고서 고루고루 쿨렁쿨렁

말끔히 다 헹구어낸다

 

거울 속에 내일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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