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꽃이어서 다행입니다 / 윤지영

서 량 2013. 8. 1. 05:07


꽃이어서 다행입니다

 

                            윤지영

 

 

모래바람 가득한 어린이 놀이터 옆

미끄럼틀과 그네를 번갈아 오르내리며

꽃 사세요 꽃 사세요 !

꿈을 꾸기에도 아직 어린 꽃잎들이

간판도 없는 이 꽃가게의 주인입니다

두살 막내와 벌겋게 부어오른 엄마의 다리를

그늘에 뉘여놓고

제 몸보다 더 무거운 오후의 무게를

껑충껑충 털어내고 있습니다

 

왜 하필 꽃이야 하다가

내 어릴적 꿈도 꽃을 파는 일

예쁜 꽃이 예쁜 옷이 된다는걸

꿈보다 현실이 먼저 와

올망졸망한 꽃들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꽃이어서 다행입니다

 

어스름하게 돌아가는 길

손수레 한가득

고개숙인 얼굴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물을 주는 시간입니다

다시 꼿꼿해지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