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어서 다행입니다
윤지영
모래바람 가득한 어린이 놀이터 옆
미끄럼틀과 그네를 번갈아 오르내리며
꽃 사세요 꽃 사세요 !
꿈을 꾸기에도 아직 어린 꽃잎들이
간판도 없는 이 꽃가게의 주인입니다
두살 막내와 벌겋게 부어오른 엄마의 다리를
그늘에 뉘여놓고
제 몸보다 더 무거운 오후의 무게를
껑충껑충 털어내고 있습니다
왜 하필 꽃이야 하다가
내 어릴적 꿈도 꽃을 파는 일
예쁜 꽃이 예쁜 옷이 된다는걸
꿈보다 현실이 먼저 와
올망졸망한 꽃들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꽃이어서 다행입니다
어스름하게 돌아가는 길
손수레 한가득
고개숙인 얼굴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물을 주는 시간입니다
다시 꼿꼿해지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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