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가을
김정기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새어 나간다
열네 번의 가을을 찢으며
눈 뜨고 볼 수 없는 시간을 지웠다
연약한 가지에 채찍을 맞으면서도
버텨온 잎들,
*카프카가 벽 위를 기어오르듯
바닥은 더 내려앉아 허공이 되고
열네 번의 가을은 더욱 춥다
무너져도 일어나는 강둑에 앉아
당신이 부르던 노래를 부르며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기도 열네 번
그래도 계절은 깊어 가고
곱다는 단풍들은 말한다
우리가 만날 곳은 끝없이 빛의 폭포가 쏟아진다고
날개를 달고 함께 나를 수도 있다고
시계가 없는 나라에서 끝 없이 어둠 없이
*Kafka(1883~1924):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파헤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 김정기 2022.02.16
'김정기의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기 번데기 / 김정기 (0) | 2023.02.05 |
---|---|
모래 숨결 / 김정기 (0) | 2023.02.04 |
올 인(All In) / 김정기 (0) | 2023.02.04 |
마침표 / 김정기 (0) | 2023.02.03 |
양커스 기자회견 / 김정기 (0) | 2023.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