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열네 번째 가을 / 김정기

서 량 2023. 2. 4. 19:10

 

열네 번째 가을

 

                              김정기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새어 나간다

열네 번의 가을을 찢으며

눈 뜨고 볼 수 없는 시간을 지웠다

 

연약한 가지에 채찍을 맞으면서도

버텨온 잎들,

 

*카프카가 벽 위를 기어오르듯

바닥은 더 내려앉아 허공이 되고

열네 번의 가을은 더욱 춥다

 

무너져도 일어나는 강둑에 앉아

당신이 부르던 노래를 부르며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기도 열네 번

그래도 계절은 깊어 가고

곱다는 단풍들은 말한다

우리가 만날 곳은 끝없이 빛의 폭포가 쏟아진다고

날개를 달고 함께 나를 수도 있다고

시계가 없는 나라에서 끝 없이 어둠 없이

 

*Kafka(1883~1924):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파헤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 김정기 2022.02.16

'김정기의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기 번데기 / 김정기  (0) 2023.02.05
모래 숨결 / 김정기  (0) 2023.02.04
올 인(All In) / 김정기  (0) 2023.02.04
마침표 / 김정기  (0) 2023.02.03
양커스 기자회견 / 김정기  (0) 2023.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