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뉴욕 마음 상태

서 량 2013. 1. 1. 23:26

 

인간이 도시를 앞장서지 못한다

젊은 놈이 웃으며 이리 오시죠! 하는

제스처를 쓰는 미드 맨해튼 레스토랑 앞


길바닥에 언뜻 쥐색인가 싶었더니

푸른 빛이 감도는 비둘기 서너 마리가

나란히들 걸어간다

 

나는 도시가 빠르게 쇠락하는 겨울이며

급할 때면 오히려 차분해지는 당신에게 마음이 기울지

안에 사람이라고는 전혀 뵈지 않는 건물 앞에

오래 세차를 하지 않은 빨간 자동차가

소리 없이 주차하고 있네

 

어느 길목에서인지 테너 색소폰 소리가

차가운 하늘로 너울너울 날아가고 있어요

 

정년 퇴직한지 일년도 안 돼서

위암으로 덜컥 죽은 후배녀석이 눈앞에 떠오른다

나도 젊었을 때 맨해튼 같은 데서

차를 참 험하게 몰았어

 

우리는 왜 돈을 벌까요

우리는 왜 사랑을 할까요

 

도시가 도저히 인간을 앞장서지 못한다

뉴욕을 죽도록 싫어하면서

뉴욕을 싫도록 비방하면서 오늘 또 나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당신을 만나기 위하여 맨해튼에 간다


뉴욕에 갈 때 내 마음은 평소와 많이 다르다

 

            © 서 량 201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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