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색소폰의 자유*

서 량 2013. 1. 15. 12:43


색소폰은 황금빛 금속의 감옥에 덜커덕 갇힌다

 

색소폰은 진작부터

노예선 등허리 채찍 자국 난삽한 파도소리에

깊숙이 박혀 철석거리는 바다의 자유를

갈망했던 거야

 

블루스 스케일을 연습한다 기본음에서 장3도까지 훌쩍 올렸다가 다시 능청스레 반음을 내린 음정을 아랫배에 힘을 주고 평생 쌓인 한을 풀듯 그렇게 몰래 힘껏 부는 순간 색소폰 황금색이 진초록으로 돌변한다 블루스의 자유처럼 처절한 자유가 세상 또 어디에 있겠느냐 알고 보면 당신 기쁨의 물결은 너무나 시시해 그런 이상한 마음과 몸 어디쯤을 내가 함부로 만질 수 있겠어


색소폰은 크게 슬퍼하지 않아요

급하게 자기 할 말만 하고 돌아설 뿐

 

블루스를 연주하는 색소폰은 단연 화려한 악기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못내 안타까운 옥살이를 한다손 치더라도

 

© 서 량 201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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