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다하르에서 온 전화
윤영지
일요일 오전 10시 즈음
샤워를 하다가도 귀를 곤두세우고
밖에 나갈라치면 핸드폰을 손에 쥐고서
두근거리는 기다림으로 촉각을 세운다
매주를 기약할 수 없는 일정
어쩌다 벨이 울리면 서둘러 버튼을 누른다
찌직대는 잡음 너머로 들려오는
낯익은 아들 아이의 목소리
음성의 높낮이에 따라
굽이치는 애틋함의 물결
때로는 반가움으로 때로는 안쓰러움으로
간간이 목 멘 소리로 대답을 이어간다
낯선 땅 메마른 하늘 아래
토착민의 식사 초대에 웃으며 맞이했을 그 아이는
악성 박테리아로 며칠 밤낮을 헤매이고
나을만 하니, 또 다른 바이러스들이
깔끔히 자라난 몸 안팎을 들쑤시며 드나든다
달력의 지난 날짜를 세며 기도하는 어미의 맘
앞으로도 남은 날짜를 보며 먹먹해지는 그리움을
분주한 임무수행으로 덧칠해가는 젊은 장교의 맘
주말 없는 달력을 채워나가는 다부진 결단
오늘따라 박테리아에 시달린 몸 감추고
되려 에미를 위로하던 “괜찮아~”
기운 빠진 그 한 마디가 귓가를 맴돈다.
2011.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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