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칸다하르에서 온 전화 / 윤영지

서 량 2011. 10. 24. 11:05

 

칸다하르에서 온 전화

 

                             윤영지

 

 

일요일 오전 10시 즈음

샤워를 하다가도 귀를 곤두세우고

밖에 나갈라치면 핸드폰을 손에 쥐고서

두근거리는 기다림으로 촉각을 세운다

매주를 기약할 수 없는 일정

어쩌다 벨이 울리면 서둘러 버튼을 누른다

찌직대는 잡음 너머로 들려오는

낯익은 아들 아이의 목소리

음성의 높낮이에 따라

굽이치는 애틋함의 물결

때로는 반가움으로 때로는 안쓰러움으로

간간이 목 멘 소리로 대답을 이어간다

낯선 땅 메마른 하늘 아래

토착민의 식사 초대에 웃으며 맞이했을 그 아이는

악성 박테리아로 며칠 밤낮을 헤매이고

나을만 하니, 또 다른 바이러스들이

깔끔히 자라난 몸 안팎을 들쑤시며 드나든다

달력의 지난 날짜를 세며 기도하는 어미의 맘

앞으로도 남은 날짜를 보며 먹먹해지는 그리움을

분주한 임무수행으로 덧칠해가는 젊은 장교의 맘

주말 없는 달력을 채워나가는 다부진 결단

오늘따라 박테리아에 시달린 몸 감추고

되려 에미를 위로하던 “괜찮아~

기운 빠진 그 한 마디가 귓가를 맴돈다.

 

2011.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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