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카르페 디엠 / 조성자

서 량 2011. 10. 19. 09:48

 

 

카르페 디엠*

 

                      조성자

 

 

치기로 살았던 날들은

히죽히죽 멀어져 간다

최후의 결전처럼 살아본 적 있는가?

계절의 나들목

휘어진 차선을 뚫고 나오는

마음이 밀어올린 생각

생각이 밀어내린 마음

잠시 충돌한다

그대에게 다가가는 일에 몰두했더라면

장미를 모으는 일**이 되었을까?

충돌은 여운만 남긴다

꽃을 잃고 대궁만 남은, 그래서

대궁이 받아내야 하는 볕이 더 무지막지한

이 가을의 레퀴엠

서사는 새로 시작 되지 않는다

꽃 진 자리에, 허물어진 자서 위에

진을 구축할 뿐이다

비만의 날들을 통과해 여기에 이른

여윈 오늘의 등뼈를 무두질하며

나는 그대에게로 간다

 

 

*카르페 디엠-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 ‘송가 I-XI’ 의 마지막부분 ‘오늘을 잡아라’라는 뜻.

**장미를 모으는 일-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중 영국 시인 로버트 헤릭의 시 ‘처녀들에게’ 에서' 할 수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모으라”라는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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