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뒷모습
전애자
가을비가 오락가락하며
가지각색의 나뭇잎으로
거리를 곱게 모자이크를 한다.
산은 단풍들로 불이 붙어
바람난 사람처럼 몸살을 앓고 있고
초록이 바래버린 덤불에서는
작은 열매들이 햇볕을 즐기고 있는데
철새들은 높이 날아 길을 떠나니
뒤숭숭해서 마음이 심란하다.
찐 조기 반절을 분질러
내 밥그릇에 담아 주시던
어머님의 끈끈한 눈빛과
반짝임을 잃어버린 마지막 눈빛이
굵은 살이 박힌 옹이가 진
어머님의 손에 꽂힌다.
내가 버린 사랑도 스쳐가고
나를 버린 남자도 떠오르니
명치끝까지 아팠던 멍든 기억들이
흐트러진 모습으로
가을비에 젖은 잎들이 되어
나에게 아무 상관없는 모습으로 다가와서
2011년 가을, 인생의 장부책에
빨간 점 하나 찍는다.
가을은 얼마나 머물다 가는 걸까?
고운 잎들을 주워 가을의 뒷모습에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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