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토바니 악단의 감미로운 음악은 어디에 있을까
조성자
저녁 산책을 마치고 카모마일 차를 마시는
일상의 반복은 그리 좋은 습관은 아니지
만 몸은 습관에 빠져 나른해지길 좋아하지
하늘이 수굿하게 땅으로 내려오는 길을 따라
기억은 롤리팝처럼 달큰하게 녹아내리지
멀어져간 생의 가변엔 풍경화가 걸려있지
덧칠 여러 번 해 남루한 페인트 자국처럼
바라볼수록 시큰해지지
사랑도 있었고 우정도 있었지 미완의 자화상 같은
어디쯤일까 음악은 멀어지고 나쁜 습관처럼
구태를 일삼았지 느낌을 놓치며 여러 해가 흘렀지
누구나 다 그래, 라는 속삭임에 귀가 열렸지
내가 저녁 산책을 즐기는 동안 정겨운 것들은 다
정체불명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가버렸지
사라진 것들의 눈에서는 아직 빛이 남아 반짝이지
그러나 다가갈수록 점점 더 멀어지다 아예 종적을 감추지
나와 당신이 공유했던 음악은 아직 감미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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