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청바지 / 임의숙

서 량 2011. 9. 15. 08:16

 

 

 

 

청바지

 

 

 

 

                        임의숙

 

 

 

 

창공과 나 사이

자동으로 열리는 문

꾹 꾹 접혀있던 나이들 따라 내려가다 보면

푸른 방이 있다

 

청바지가 입고 싶다

 

주머니 속 보푸라기 뭉치들

톡 톡 청포도 알로 터져도

오늘은 슬프지 않을 것 같아

 

좋은 소식도 있을 것 같다

 

            천사 표 날개라도 손에 쥔 듯

까르르 쓰러지는 새들의 도미노 웃음들

주렁주렁 창공에 열릴 것 같아

 

운동화 신지 않아도

그립고 그리웠던 시간들 무겁지 않을 것 같아

지우개의 발자국처럼

쭉 찢겨진 시 한 줄, 구름의 상처 보이더라도

일기장, 표백 된 기억일랑 잊어줘

 

            소녀에서 고모에게로 엄마에서 아주머니로 층층이 진화 중

톱니 탄탄이 물린 엘리베이터

과잉 체중으로 불어난 부피를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몰라

 

청바지가 입고 싶다

방 하나 푸르게 열릴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