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임의숙
창공과 나 사이
자동으로 열리는 문
꾹 꾹 접혀있던 나이들 따라 내려가다 보면
푸른 방이 있다
청바지가 입고 싶다
주머니 속 보푸라기 뭉치들
톡 톡 청포도 알로 터져도
오늘은 슬프지 않을 것 같아
좋은 소식도 있을 것 같다
천사 표 날개라도 손에 쥔 듯
까르르 쓰러지는 새들의 도미노 웃음들
주렁주렁 창공에 열릴 것 같아
운동화 신지 않아도
그립고 그리웠던 시간들 무겁지 않을 것 같아
지우개의 발자국처럼
쭉 찢겨진 시 한 줄, 구름의 상처 보이더라도
일기장, 표백 된 기억일랑 잊어줘
소녀에서 고모에게로 엄마에서 아주머니로 층층이 진화 중
톱니 탄탄이 물린 엘리베이터
과잉 체중으로 불어난 부피를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몰라
청바지가 입고 싶다
방 하나 푸르게 열릴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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