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탱고 추실까요? / 조성자

서 량 2011. 9. 5. 14:49

 

 

 탱고 추실까요?

 

                                           조성자 

 

 

복숭아 한 입 베어 물자 과즙이 된 햇빛이 팝페라 가수의 노래처럼 튀어 나온다

내가 끌고 온 나를 끌고 가는 불면의 시간이 길어진 그림자를 밀며 멀어진다

후렴처럼 바람은 건들댄다 반복되는 것들의 권태가 증식되는 팔월

을 배웅하고 난 뒤의 적막은 길다 시간은 알몸으로 빠져 나가고

알몸의 감촉을 기억하는 남겨진 잔해들은 이제 성스런 자멸을 준비한다

낙망된 땅에서 뒹굴다 부르트고 깨진 몸을 일으켜 세워 구도자처럼 떠나간 여름의 몸에서

예쁜 이름을 달고 허리케인이 태어났다 태어나는 것은 용트림을 하다 죽어야 하는,

살아 있는 것들의 비애로 번개친다


햇빛의 철권통치는 무자비했지만  매혹적이기도 했다

바람이 배태시킨 사생아들은 철모르고 잘 자라 축제로 향할 것이다

황홀을 즐기는 햇빛의 부하들은 일제히 손을 내밀어 유혹할 것이다

계곡에게 숲에게

평야에게 비탈에게

뿌리에게 가지에게

 

탱고 추실까요?

'김정기의 글동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바지 / 임의숙   (0) 2011.09.15
Irene / 송 진  (0) 2011.09.13
포도송이 / 임의숙  (0) 2011.09.02
검은 바다 / 임의숙  (0) 2011.08.26
지층의 반란 / 윤영지  (0) 201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