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옛날 도장

서 량 2011. 7. 13. 19:50

 

안개 낀 새벽 잠결, 아들놈 대학 졸업장이 벽에 걸려 있는 빈 방 모퉁이 책상 서랍 속 달걀 모양으로 찍히는 내 도장이 부스스 눈을 뜬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섬뜩하게 진한 주홍빛 도장밥 찌꺼기가 뺨에 덕지덕지 묻어있는 철부지 청년이 마냥 웃고 있네 여드름 자국 높은 해상도 환히 보이는 어리석음, 네모반듯한 목재의 공간에 마음 놓고 누워 뒹구는 자세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진정한 자아라는 건 정말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요 저 또한 그럴 의도가 추호도 없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른 아침 안개 걷힌 팰리세이즈 파크웨이 과속으로 달리는 출근길 아스팔트 바닥,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도장이 나나 내 아들의 얼추 갸름한 얼굴 모습으로 줄줄이 찍힌다

 

 

© 서 량 2011.07.1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나뭇가지 사이로  (0) 2011.07.22
|詩| 작은 장미  (0) 2011.07.18
|詩| 안뜰의 정자  (0) 2011.07.09
|詩| 장대비**  (0) 2011.07.06
|詩| 아담의 갈비*  (0) 2011.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