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작은 장미

서 량 2011. 7. 18. 07:49

 

당원(黨員)이라면 누구나 입에 한 뼘 남짓한 장미 가지를 질끈 물고 무도회에 잠입했다. 검붉은 장미가 리드미컬하게 흔들린다. 그들이 싸락눈 쌓이는 공원 벤치에서 남의 눈을 피해 앞만 바라보며 어깨를 나란히 무슨 말인지 주고 받을 때 장미의 향기가 얼마만큼 군중을 제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더러는 새삼 당에 충성을 맹세했지만 바르샤바 조약은 20세기 중반에 휘청 쓰러져서 마치도 시드는 장미처럼 잦은 숨을 몰아 쉬었다. 언론탄압의 말로 또한 마찬가지 경로를 밟을 것이다. 하찮은 속삭임도 몇 백배로 확대되어 비밀 테이프 기록에 남는 조명이 침침하고 천정 높은 성당 안에서 뺨에 깊은 주름이 파인 당원들이 무릎을 꿇은 채 삶의 질에 대하여 묵상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신원미상의 사내들에게 몽둥이로 흠씬 얻어맞은 몇몇은 관절염을 앓으며 늙어갔고 대개 날씨가 흐린 광장의 비둘기들도 점차 수척해졌다. 완강한 성욕을 잘 주체하지 못하는 한 중년 남자가 당에서 퇴출명령을 받는다. 그는 바르샤바를 떠나는 기차에 탑승하려다가 장미 꽃다발을 한아름 받고 그에게 짙은 키스를 퍼붓던 몸매 싱싱한 비밀공작원 여자가 높은 가교에서 무표정하게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눈치챈다. 작은 장미 한 송이가 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리틀 로즈」로 2010년에 한국에서 상연된 폴란드 영화 제목. 1960년도 말 폴란드의 정치상황을 

               배경으로 한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로 많은 상을 받았다.

 

 

© 서 량 201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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