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잠식(蠶食) / 윤영지

서 량 2011. 7. 19. 06:21

 

잠식(蠶食)


                        윤영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즈막한 아다지오

마비되어 가는 세포들

슬로우 모션으로 타들어

가고 있는 머리 속의 뇌관

그 오랜 시간 버티기 위하여

숭덩 잘라냈던 나의 한 부분들

어줍잖은 미소 띤 입술 꼬리 뒤로

물고 늘어지는 더부룩한 체증

그 잘난 표면의 평온을 위해

내면의 평온을 버려왔던

그래서 그저 먹먹히

갉아먹히고 있는

소심한 영혼

이제는

놓아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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