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이 작은 새

서 량 2011. 6. 20. 20:06

 

곡 후반부에서 설치는 악기가

소프라노 색소폰이 아니라 클라리넷이야

일부러 달콤한 소리를 내는 저질 주법이다

리드(reed)를 무진장 얇게 써서 심수봉 식으로

바들바들 떠는 비브라토를 넣으면 이런 소리가 나거든

누가 부는지 입술 꼬리를 약간 벌려 쉭쉭, 슉슉

바람 새는 소리를 내지 않나

마이너 키(minor key) 멜로디에서 구슬픈 무드 왕창 나고

띵동댕동 기타의 분산화음이 내 무릎 힘을 쑥 빼 놓네

이 작은 새, 눈 감은 새, 날개 접은 새,

내 손 안에 옆으로 누운 새야

고등학교 중퇴한 놈이 부는 듯 헐벗은 클라리넷 소리,

중음(中音)이 두근대는 쪽으로 쫑긋, 한 번 고개를 돌려봐라

분명 평소에 늘 직업이 일정치 않은 데다가

몇 달 전쯤 연애에 덜컥 실패한  

머리가 썩 좋지 않은 놈이 부는 클라리넷이야

이런 소리를 일부러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래

 

 

© 서 량 201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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