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노란 백조 / 임의숙

서 량 2011. 4. 21. 03:40

 

노란 백조

 

                 임의숙

 

            고개 숙인 목덜미가 부드럽다

산 밑자락 먹구름이 앉았다간 물웅덩이, 거울을 들여다 본다

도심이라는 호수에서 여린 기린의 목을 가졌는지 몰라

상상이라는 아바타*를 타고

텃새들의 둥지가 고도로 날아 오른다

그 아래

첨단 레고블락들 인공정원의 숲

한 움큼씩 뜯어내는 월드 트레이 쌍둥이 빌딩의 사진첩

주인을 잃은 창틀의 엇갈린 잔해들이

날개가 있을 곳에 검은 멍이 들었다

담쟁이 넝쿨처럼 발톱 속 녹물은

KOMATSU**라는 섬 나라 몽고반점을 타고 올랐다

하얀 백조가 되고 싶지 않니?

            동그랗게 목을 따라가다 닿는 입, 그 안에 들어가

병아리 아이들 두 셋 낳아서 품어도 넉넉한 둥지

뭉텅해진 이, 울타리 사이로 삶은 넓게 바라보겠다

봄 가을 털갈이의 시간

네가 오는 길목에는 새 둥지가 지어질 테니까

이웃이 생긴다는 것은 설레 임이야

그가 오기 전

            달이 하얀 날에는 나뭇잎의 파도를 타고

            프랭클린 호수 노부부 백조에게 인사를 가자

딱따구리 심지 깊은 나무, 썩은 뿌리를 뽑아주면

치통을 앓는 햄벅 부엉이는

그 밤에 맑은 울음으로 울겠다.

 

*영화

**일본산 굴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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