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뉴욕의 물 / 김정기

서 량 2022. 12. 29. 19:48

 

뉴욕의

 

                                   김정기

 

당신의 하늘에

남보라 잉크를 풀었다

허리춤이 살아나는 관능의 물이

호머*의 포도주가 되어 지중해를 채웠고

물가루가 그 멋에 분해되어 몸속으로 스며들 때

어려운 색깔이 숨죽이며 번져

당신은 한 방울, 유쾌한 뉴욕의 물.

몸속에 숨어있던 파인 구멍을 가볍게 덮어주는 달빛

온기를 잃지 말라고, 물의 씨를 말리지 말라고,

옥구슬이 되어 분만 되는 물방울은 여자에 엮이어

땅으로, 흙으로

스며든다. 스며든다.

 

*19세기 미국화가

 

© 김정기 201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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