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김정기
한 방울 피
남루한 내 옷자락에 떨어지니
옷깃 스치는 대로 산천초목 눈뜨고
이 빛나는 날개 2천 년도 넘게 지상을 덮었습니다.
무릎 꿇어도 용서 받지 못할
백합 위에 얼룩 지워내며
오랫동안 걸어온 뒤 돌아봅니다
당신의 부활은 한 기 봄 쑥이 드리운 그늘까지
손길을 뻗어 거두어 주시고
풀꽃 한 송이를 피워내기 위해서
새 날을 여셔서 허공을 딛고 하늘에 오르게 하는
날개입니다
세상파도 속에서 섬이 되어 있을 때는
가슴 열어 안아 주시는 날개
살아서 믿으면 죽지 아니하는
눈부신 날개
죽어도 사는 못 자국입니다
이제 다시 새로운 봄을 경험하게 하소서
-- 2011년 부활절에
© 김정기 201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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