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지금 / 김정기

서 량 2022. 12. 29. 19:22

 

지금

 

                김정기

 

의사는 고민하지 않고 쓴

단어로 사람을 살리고

시인은 며칠 밤을 지새고 찾은 말로

한 시대를 데운다.

지금도 몬탁* 바다를 생각하면

세상을 놓고 싶다

온 몸에 불을 붙이고 때가 벗겨지는 검은 파도

어느 악연인들 무엇이 대수랴.

그 바다 앞에서 의사의 글씨를

기형도** 시를 읽은 밤의 화약 냄새를

그 지독한 길의 끝자락을 놓아버린다.

어둠의 근육이 태양의 눈을 가릴 때

그가 떠난 길이 아득하지만

바다 앞에 서면 지척인 듯한

지금 이 주소가 어디쯤인지.

 

*Montauk: 뉴욕주 Long Island 동쪽 끝 곶  

**시인이름

 

© 김정기 201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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