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김정기
의사는 고민하지 않고 쓴
단어로 사람을 살리고
시인은 며칠 밤을 지새고 찾은 말로
한 시대를 데운다.
지금도 몬탁* 바다를 생각하면
세상을 놓고 싶다
온 몸에 불을 붙이고 때가 벗겨지는 검은 파도
어느 악연인들 무엇이 대수랴.
그 바다 앞에서 의사의 글씨를
기형도** 시를 읽은 밤의 화약 냄새를
그 지독한 길의 끝자락을 놓아버린다.
어둠의 근육이 태양의 눈을 가릴 때
그가 떠난 길이 아득하지만
바다 앞에 서면 지척인 듯한
지금 이 주소가 어디쯤인지.
*Montauk: 뉴욕주 Long Island 동쪽 끝 곶
**시인이름
© 김정기 201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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