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마을
김정기
오늘 비로소
이 세상에 태어나서 태양을 처음 보았네
갓난아이의 눈에 비추인 빛이 되어
눈을 뜰 수 없도록 눈부셨네
외로운 지구의 흙 계단이
혼자 쏟아내는 햇살 곁에서 서있네
사람들의 마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비집고
흠집으로 살아나 칭얼대고
삼십 년 동안 허공에서 소용돌이 쳐
다른 땅 다른 하늘에 서 있다네.
한 번도 태양을 못 본 마을사람들은
몰려와 태양에 대하여 묻고 있네
아직 태양에 대하여, 사람에 대하여 모른다고
더구나 죽음에 대해서는 더욱 모른다고
딱 잡아 대답 했네
돌아누우면 남이 되는 사람들은
세상의 시간을 계수하며
숨긴 이름을 찾으려 아직 머물고 있는
다른 가을을 기다리네.
© 김정기 201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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