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익명의 마을 / 김정기

서 량 2022. 12. 28. 19:07

 

익명의 마을

 

                          김정기 

오늘 비로소

이 세상에 태어나서 태양을 처음 보았네

갓난아이의 눈에 비추인 빛이 되어

눈을 뜰 수 없도록 눈부셨네

외로운 지구의 흙 계단이

혼자 쏟아내는 햇살 곁에서 서있네

 

사람들의 마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비집고

흠집으로 살아나 칭얼대고 

삼십 년 동안 허공에서 소용돌이 쳐

다른 땅 다른 하늘에 서 있다네. 

 

한 번도 태양을 못 본 마을사람들은

몰려와 태양에 대하여 묻고 있네

아직 태양에 대하여, 사람에 대하여 모른다고

더구나 죽음에 대해서는 더욱 모른다고

딱 잡아 대답 했네

돌아누우면 남이 되는 사람들은

세상의 시간을 계수하며

숨긴 이름을 찾으려 아직 머물고 있는

다른 가을을 기다리네.

 

© 김정기 201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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