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김정기
바람 소리 몸속으로 스며들어
찬물에 손을 씻고
밀봉된 연서를 뜯어보는 영하의 밤
우리는 흘러간 것들 때문에
밀려오는 것을 밀어 내며 불을 지핀다
얼지 않은 바다를 건너
참나무 장작 불꽃이 되어 타 오르는 그는
시인은 영웅을 닮아 운명과 대결하며
끝없이 싸우다가 결국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고
그럴 때 빛나고 아름답다고
이처럼 매혹적이고 장엄한 것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朔風도 영어로 불어오는 땅
아! 이름도 발음하기 어려운 내가 사는 웨스트체스터를 달구고 있다
덩달아 나도 뜨거워져서 껴입은 옷을 벗어
휘영청 떠 있는 달 위에 걸며 겨울을 난다.
© 김정기 201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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