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겨울나기 / 김정기

서 량 2022. 12. 28. 18:57

 

겨울나기

 

                    김정기 

 

바람 소리 몸속으로 스며들어

찬물에 손을 씻고

밀봉된 연서를 뜯어보는 영하의 밤

우리는 흘러간 것들 때문에

밀려오는 것을 밀어 내며 불을 지핀다

얼지 않은 바다를 건너

참나무 장작 불꽃이 되어 타 오르는 그는

시인은 영웅을 닮아 운명과 대결하며

끝없이 싸우다가  결국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고 

그럴 때 빛나고 아름답다고

이처럼 매혹적이고 장엄한 것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朔風도 영어로 불어오는 땅

아! 이름도 발음하기 어려운 내가 사는 웨스트체스터를 달구고 있다

덩달아 나도 뜨거워져서 껴입은 옷을 벗어

휘영청 떠 있는 달 위에 걸며 겨울을 난다.

 

© 김정기 201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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