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횡포
송 진
봄은 우직한 폭군
모든 것이 다 바뀌는 요즘 세상에
축제의 순서는 요지부동이다
허구한 날 동백꽃 개나리 목련 진달래...
어쩌다 그 틈에 끼지 못한 국화에게도
커다란 시 하나는 허락되었지만
겨울의 마지막 진영이 채 떠나기도 전에
가녀린 봉오리들을 오직 순서대로만 내몰다
설장雪葬의 곤혹을 치르기도 하는 봄
요지경 속 같은 인간 세상에는
무차별 공격의 수위를 점점 높여만 간다
무슨 속셈인지 말라버린 눈물샘을 전략 거점으로 삼아
꽃가루들을 전초병으로 탐색전을 벌인 후
마침내 공포의 녹색사단을 총 동원하여 초토화시킨다
다시 물꼬가 트인 샘물을 펑펑 뿌리며 애원하게 만든다
그동안 잊었던 부채에 고리채 이자까지 얹어
속죄라도 시키려는 듯
아, 저 찬란한 봄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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