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마곡사 / 임의숙

서 량 2011. 3. 18. 11:39

 

마곡사

 

                               임의숙

 

 

 

돌아보지 않으리

 

            날 푸른 칼날로 밀어낸 생의 비애는

떡갈나무 울음으로 말려들고 생의 사랑은

물 들음 없는 이 계곡에 철 없이 띄워

나비로 날아가고

 

설익은 발걸음이 한 나절 길을 찾는다

 

천 그람 고뇌가 억만 바위 장삼에 입혀지고

자잘한 잡념은 흰 고무신에 신어 밟으리라

백팔 배 손 모음으로 비워서 채우고

삼천 배 꿇는 무릎절로 낮추어 높아 지리라

 

            퍼렇던 머리카락 땅에 묻고서

돌아보지 않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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