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사
임의숙
돌아보지 않으리
날 푸른 칼날로 밀어낸 생의 비애는
떡갈나무 울음으로 말려들고 생의 사랑은
물 들음 없는 이 계곡에 철 없이 띄워
나비로 날아가고
설익은 발걸음이 한 나절 길을 찾는다
천 그람 고뇌가 억만 바위 장삼에 입혀지고
자잘한 잡념은 흰 고무신에 신어 밟으리라
백팔 배 손 모음으로 비워서 채우고
삼천 배 꿇는 무릎절로 낮추어 높아 지리라
퍼렇던 머리카락 땅에 묻고서
돌아보지 않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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