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제5 계절 / 김정기

서 량 2023. 2. 3. 19:35

 

제5 계절

 

                               김정기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어두움의 겹겹에서

창백한 겨울이 떠나고 있다

봄이 오기 전 2월은 제5 계절이다

어떤 사람에게나 당도하는

창호지 물에 젖은 껍질들

탄력 없는 살갗이 매운 바람에 흐느적거린다 

상 모서리 뽀얀 먼지 틈에 튕겨

떨어진 옛날 한 조각이 나팔을 분다

감추어진 부끄러움 하나 아직도

스며들어 품안에서 녹고 있다

 

독일에서 온 편지에

겨울을 견딘 제5 계절이 유럽의 축제란다

다음에 장미 주일,

퇴각하는 겨울의 마지막 비명이 들린다

이제 부활의 꽃들과 성처녀를 기다리는

햇살에 찔리며 날아가는 꽃잎들

우두커니 서서 바라본다 나도 날아오른다

진 남빛 나라를 향해

 

© 김정기 201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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