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얘기

|환자얘기| 앨버트의 지능장애

서 량 2011. 1. 20. 11:56

한 번도 정식으로 지능 테스트를 해 본적이 없지만 내일 모래

50을 바라보는 앨버트는 내 짐작에 지능이 60 이하일 것으로 간주되는

이마가 훤하고 코수염을 기르고 머리 숱이 적은 백인 남자다. 근데 그놈을

나는 은근히 좋아해. 왜 그럴까 하고 생각을 해 봤지. 좋은 정신과 의사 답게 말이지. 

아마도 그건 그놈 얼굴표정이 천진난만해 보이기 때문이야. 얼굴이 꼭 애 얼굴 같아.

한 달에 한 번씩 지능장애자 수용소에서 직원이 동행해서 흥분을 갈아앉히는

약을 처방 받으러 내게 오지. 약이 좀 독한 약이야. 약 처방 할 때마다 피검사를 해야 돼. 

약 부작용으로 침을 좀 흘리는 게 문제가 될수도 있다구. 흥분하면 침을 더 흘린다니까.

직원 말이, 날 보러 오는 날이면 유독 침을 많이 흘린대. 날 만나는 게 긴장되는 일인가봐. 

입을 다물어도 저도 모르게 침이 밖으로 흐르니 별 수없이 휴지로 침을 닦는다구. 정말 

열심히 성심성의껏 닦아. 엊그제, 그러니까 1월 둘째 주에 직원이 예의상 내게 "해피 뉴 이어"

라고 해서 나도 물론 같은 말로 답례를 했지. 그러자 앨버트가 갑자기 "해피 버스데이"라 크게

소리치는 거야. 직원 왈 "닥터 수" 생일이 오늘이 아닌데 왜 생일 타령이라고 쿠사리를 주대.

("닥터 서"라고 우겨도 양키들은 날 "닥터 수"라 불러. "서"를 포기하고 "수"라고 불리우고 있어.)

그랬더니 앨버트가 날 보고 생일이 몇 월달이냐고 묻길래 대뜸 6월, "주~은"이라 했지.

그랬더니 한 번 더 "해피 버스데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거야, 이놈이. 그래서

지금이 몇월달이냐고 물었지. 시치미를 뚝따고 "어거스트"래. 차라리 "주~은"이라고

대답을 했으면 했다. 솔직히 나도 좀 헷깔리더라구. 큭큭. 마침 창밖에 쌓인 눈을 쳐다보면서

"어거스트"에 지금처럼 눈이 내리냐고 물어 봤더니 그건 또 아니라고 대답하는 거 있지.

다시 정색을 하고 나는 말했어. "Let's try again, Albert. What month of the year are we in?"

-- 앨버트 대답인 즉, "Winter."라는 거야. 그래서 윈터는 계절이고, 내가 묻는 건

'달(month)'이라고 살살 웃으면서 다그쳤지 뭐야. 대답? "September." 내가 장사 하루 이틀

했어? 이쯤해서 나는 안 되겠다 싶어서 그럼 지금 미국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었지.

대답: "조지 워싱튼"-- "Ah, that's the first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 long time ago...

Now we have a different president, you know?" 했더니 "조지 부쉬"래. 그래서

"Very good. You are getting close. Who is after George Bush?" 했더니 글쎄

이놈이 뭐라는지 알아? "알라바마..!!" 으하하하. 그래서 걔를 데리고 온 직원도 나도 크게

웃었어. 앨버트는 웃지 않더라. 그러나 우리가 하도 오래 웃으니까 어리둥절하다가 나중에

저도 약간 웃더라구. 그때 그놈 표정이 그렇게 천진스러울 수가 없어. 근데 침을 너무 많이

흘려서 직원이 앨버트야 휴지를 손에 들고만 있지 말고 턱에 침좀 닦아라 임마, 하며 또

쿠사리를 줬어. 앨버트는 공손하게 턱에 흘러 목에까지 번진 침을 닦더라구... 웬일인지

앨버트 얘기를 당신에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지. 진눈깨비가 내려서 거진 빙판이 된

퇴근길 팰리세이즈 파크웨이를 운전하면서 말이지. 오바마 대통령 얼굴도 떠오르고...

헤헤~  나도 되게 웃겨. 갑자기 "I came from Alabama with a banjo on my knee.

(나는 알라바마에서 벤조 메고 왔다네.. ♬~)" 하는 노래가 떠오르는 거야.

그 노래 제목이 뭐였더라. "Oh, Susanna"였을 거야.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