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비둘기
최양숙
인간의 죄를 40일간의 물로 심판 받을 때
노아의 방주에서 날려보냈던 비둘기는
올리브 잎사귀를 물어왔지
용서 받은 인간에게 생명의 소식을 물고 온
귀소본능의 비둘기
이제는 평화와 희망의 옷을 벗고
자생 능력만 남은 도시의 노숙자
그들의 방주를 찾지 못하고
거리에서 먹이를 찾는다
도시환경을 오염시키는 죄를 지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슬픈 새
날아오르는 희망을 잃은 채 길거리를 헤매는데
오물을 뿌려대는 사람들은 놓아둔 채
오염될 수 밖에 없는 비둘기를 벌한다
겨울 바람에 펄럭이는 사진과 대자보가
중국의 더러운 물감옥과
파룬궁 수련자의 고문치사를 고발하는
스산한 길거리
날지못하는 잿빛 비둘기 무심히
보도 위에 흙인지 먼지인지 쪼아댄다.
*환경부는 산성 배설물로 문화재와 건물에 피해를 주고있는 도심의
집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서 포획과 퇴치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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