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도시 비둘기 / 최양숙

서 량 2010. 12. 18. 09:22

 

도시 비둘기

 

                      최양숙

 

인간의 죄를  40일간의 물로 심판 받을

노아의 방주에서 날려보냈던 비둘기는 

올리브 잎사귀를 물어왔지

용서 받은 인간에게 생명의 소식을 물고

귀소본능의 비둘기

이제는 평화와 희망의 옷을 벗고 

자생 능력만 남은 도시의 노숙자

그들의 방주를 찾지 못하고

거리에서 먹이를 찾는다

 

도시환경을 오염시키는 죄를 지어

유해야생동물* 지정된 슬픈  

날아오르는 희망을 잃은   길거리를 헤매는데

오물을 뿌려대는 사람들은 놓아둔

오염될 밖에 없는 비둘기를 벌한다

 

겨울 바람에 펄럭이는 사진과 대자보가 

중국의 더러운 물감옥과

파룬궁 수련자의 고문치사를 고발하는

스산한 길거리

날지못하는 잿빛 비둘기 무심히

보도 위에 흙인지 먼지인지 쪼아댄다.

 

*환경부는 산성 배설물로  문화재와 건물에 피해를 주고있는 도심의

집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서 포획과 퇴치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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