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불이 머물던 자리 / 조성자

서 량 2010. 12. 7. 11:58

 

불이 머물던 자리

                               


                             조성자


거꾸로 매달려 제 속의 진액 다 말리우고야

시간을 정박시킨 장미꽃다발

몇 번의 계절을 돌고 돌고도 같은 자리이다


형체를 지키려고

죽을 줄도 모르는 저 막무가내 사랑의

뒤를 뒤적이는데

불덴 자리가 여적 붉다


한 때 불에 데이는 줄도 모르고

참 겁 없었으나


내가 당신이라는 독으로 이 계절에 머물듯이

당신도 나의 독으로 오래 한 곳에 머물고 있겠구나

생명의 이름도 죽음의 이름도 얻지 못해

성성하게 제 자리 맴을 도는

불이 있던 자리


들불 번지 듯 겨울이 쳐들어오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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