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머물던 자리
조성자
거꾸로 매달려 제 속의 진액 다 말리우고야
시간을 정박시킨 장미꽃다발
몇 번의 계절을 돌고 돌고도 같은 자리이다
형체를 지키려고
죽을 줄도 모르는 저 막무가내 사랑의
뒤를 뒤적이는데
불덴 자리가 여적 붉다
한 때 불에 데이는 줄도 모르고
참 겁 없었으나
내가 당신이라는 독으로 이 계절에 머물듯이
당신도 나의 독으로 오래 한 곳에 머물고 있겠구나
생명의 이름도 죽음의 이름도 얻지 못해
성성하게 제 자리 맴을 도는
불이 있던 자리
들불 번지 듯 겨울이 쳐들어오던 곳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리의 의자 / 조성자 (0) | 2010.12.31 |
---|---|
도시 비둘기 / 최양숙 (0) | 2010.12.18 |
열망 / 송진 (0) | 2010.11.20 |
라운드 트립(Round Trip) / 황재광 (0) | 2010.11.20 |
십일월 / 조성자 (0) | 2010.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