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종려나무 숲으로 / 김종란

서 량 2022. 12. 18. 18:40

 

종려나무 숲은 흰 길이 끝나는 곳에 우거져 있다 눈을 감으면 

그곳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어제도 이 만큼에서 끝이 났지만 그 길을 간다

 

예상치 못하게 눈에 상처를 입었다 

눈을 감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종려나무 숲이 우거진 곳에 항상 있다

 

깊은 소리를 잣는 그늘 안 흰 이를 드러내고 웃는 종려나무 숲

상처를 열고 그 안의 길을 간다

이 나무를 그려내려 했고 바라고 싶었고 없으면 지어내려 했다

상처 속 열린 길로 종려나무 안으로

한 손은 이미 떠난 소리를 잡은 듯 가장 느린 춤으로

 

© 김종란 2010.08.26